정체의 시기가 온 것 같다

호기롭게 퇴사 후 사업자를 내고 프리랜서와 1인 사업자 사이 그 어딘가 애매한 위치에서 한 달이 지났다. 개인 사업 브랜딩부터 웹사이트 구축, 카카오채널 만들기 등 준비만 한 것 같다. 음식점에 비유하자면 가게 인테리어하고 메뉴 구상하고 테이블이랑 의자 놓고 가게 쓸고 닦고만 한 것이다. 가장 중요한 가게 문을 오픈하고 손님들을 모으기 위해 홍보를 해야 하는데, 이 단계에서 정체가 온 것 같다.

마음먹고 하면 되는데 마치 발이 어딘가에 묶인 것처럼 앞으로 나아갈 힘이 없다. 발에 묶인 밧줄을 자르고 어서 앞으로 나아가라고 스스로를 다그치는데, 그럴 수록 밧줄은 더 단단해지는 느낌이다.

이상은 높은데 현실이 받쳐 주질 않으니 총체적 난국이다. 요가에서 가장 경계하는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상황이다. 이 상황을 어떻게 이겨내야하나 열심히 짱구를 굴려봤지만 명확한 답이 떠오르질 않는다.

오늘 특히 이 무기력함과 좌절감이 엄청 심했는데, 평소에 즐겨 보는 진쏠미님의 영상 하나가 떠올랐다.

영상의 내용 중 누구나 ‘휴식’의 시기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다가오는데, 그 흐름을 거부하려 발버둥칠 수록 오히려 그 휴식의 시간이 더 오래 지속된다고 한다. 따라서 정체의 시기가 왔을 때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즐기면 역설적으로 더 빨리 회복되어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긴다고 한다.

‘쉼과 휴식’을 거부하는 사람이 바로 나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 더 심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리할 정도로 흔히 말하는 ‘갓생’을 살기 위해 정말 많은 것들을 해왔다. 실제로 쉬는건 죽어서 하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이렇게 미친듯이 달리기만해서 지금 내 상황이 만들어진 것 같다. 영상의 내용처럼 지금 내 상황은 자연스러운 흐름인데, 하필 독립한 이 시기에 재수없이 겹쳐버린 것이다.

독립을 하고 초반엔 나만의 무언가를 꼭 만들어야겠다는 의지가 불탔고, 주변인들의 응원도 많이 받았다. 그래서 뭔가를 하고자 하는 의지 + 주변인들의 시선에 자유롭지 못한 나는 현재 이 상황이 배로 고통스럽다.

사업적인 결과를 조금씩 만들어야 하는데 할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에 자꾸만 현실을 회피하는 것 같다. 나보다 디자인을 잘하고 고객이 많은 디자이너와 나를 비교하면서 스스로를 주눅들게 만들었다. 뭔가를 해보겠다고 독립한건데, 아무것도 이룬게 없는 채로 쉰다고 하면 주변인들이 나에게 실망하거나 우습게 볼까봐 무섭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채 시간만 흐르고, 그로 인한 불안감과 긴장감은 점점 커지니… 결국 오늘 울분이 터지고 말았다.

요가를 하고 마지막에 명상을 하면서 나에게 물었다.

‘우리 툭까놓고 솔직하게 얘기하자, 너 지금 진짜로 하고 싶은게 뭐니?’

‘쉬고 싶어…’

쉬고 싶다. 그리고 공부하고 싶다.

내 솔직한 마음을 마주하니 더 이상 할 말이 떠오르질 않았다. 그저 하염없이 눈물만 뚝뚝 흘렸다.

시원하게 한바탕 울고 나서 뭣도 아닌 지금의 상황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고 다짐했다.

그리고 현재 내가 가장 하고 싶은 DIAD 수업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DIAD 수업 듣는게 너무 재밌고, 수업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것도 즐겁고, 주어진 과제에 푹 빠져서 몰두하는게 행복하다.

그리고 평소에 바쁘다는 핑계로 읽지 못했던 책들도 읽고 싶다.

주변인, 특히 엄마에게 미안하지만 어쩌겠는가… 누칼협으로 사업을 시작한 것도 아니고, 그나마 시작하기 전에 쉬는게 오히려 다행인 것 같다.

오늘이 지나고 내일이 되면 오랜 습관때문에 또 불안함이 올라 오겠지만, 오늘 느꼈던 감정을 다시 떠올리며 어린아이 달래듯 천천히 흐름에 몸을 맡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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